2011년 8월 29일 월요일

4G 주파수 놓친 KT, 2G 서비스 종료에 비상

씨에이미디어 김남선


SK텔레콤에 1.8GHz 내주고 800MHz로 물러난 사연은


SK텔레콤이 1.8GHz 주파수 대역 경매의 최종 승자가 됐다. KT가 29일 입찰 중단을 선언하면서 SK텔레콤은 지난 26일 최고 입찰 가격인 9950억원에 1.8GHz 대역 20MHz폭을 차지하게 됐다. 한때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지만 1조원 미만이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T는 800MHz 대역 10MHz 폭에 만족해야 하게 됐다.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2.1GHz 대역 20MHz 폭을 차지했다.

이로써 SK텔레콤은 2.1GHz 대역에서 60MHz 폭과 2.3GHz 대역에서 27MHz 폭, 800MHz 대역에서 30MHz 폭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이번에 1.8GHz 대역에서 20MHz폭을 추가로 확보했다. 모두 137MHz 폭이다. KT는 2.3GHz폭에서 27MHz 폭, 2.1GHz 대역에서 40MHz 폭, 1.8GHz 대역에서 20MHz 폭, 900MHz 대역에서 20MHz 폭, 그리고 800MHz 대역에서 10MHz 폭을 추가로 확보했다. 모두 117MHz 폭이다.

주파수 경매 이후 통신 3사 주파수 확보 현황. (와이브로 제외) ⓒ동양종합금융증권.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에서 20MHz 폭, 1.8GHz 대역에서 20MHz 폭, 800MHz 대역에서 20MHz 폭, 모두 60MHz 폭을 확보해 가장 열세다. 그동안 3G 서비스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LG유플러스는 이번에 확보한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3G를 거치지 않고 바로 4G 서비스로 옮겨간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800MHz 대역 주파수로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트래픽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2.1GHz로 추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가 유난히 뜨거웠던 건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당장 3G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4G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대역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2.1GHz 대역과 1.8GHz 대역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주도권이 뒤바뀌게 될 상황이었다. 일단 SK텔레콤이 이 대역에서 80MHz 폭을 확보해 60MHz 폭을 확보하는 데 그친 KT보다 유리한 입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KT는 기존에 2G 서비스에 쓰고 있는 1.8GHz 주파수 대역을 단계적으로 4G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1.8GHz 대역 추가 확보에 실패하면서 2G 서비스가 종료될 때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800MHz와 1.8GHz를 결합해 4G 서비스를 할 계획인데 KT는 당장 이 대역에 여유 주파수가 없다. KT가 이번에 확보한 900MHz 대역에서 4G 서비스를 한다면 단말기가 호환이 안 돼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4G 서비스에 확보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SK텔레콤이 800MHz 대역 30MHz 폭, 1.8GHz 대역 20MHz 폭이 있는데 KT는 당장 800MHz 대역 10MHz 폭 밖에 없다. 2.1GHz 대역은 3G 서비스에 쓰고 있기 때문에 전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도 그동안 주파수가 부족해 애를 먹었지만 3G 서비스를 건너 뛰고 바로 4G 서비스로 갈 계획이라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KT가 선뜻 1.8GHz 주파수 대역 경매를 포기한 이유에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지만 800MHz 대역을 최저 입찰 가격인 2610억원에 낙찰 받아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평가도 많다. 향후 KT는 2G 서비스를 조기에 종료하고 1.8GHz 주파수를 전환 배치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2G와 3G, 4G 서비스를 동시에 내보내면서 주파수 자원에 지나친 비용 부담을 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주파수 할당 대가.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석채 KT 회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선 1.8GHz 대역에서 4G 서비스를 시작하고 모자라면 800MHz와 900MHz 대역을 엮어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G 서비스 조기 종료를 승인해 줄 거라는 기대가 깔린 발언이다. 그러나 KT의 2G 서비스 조기 종료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G 서비스 가입자 수가 3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한두 달 안에 이 가운데 상당수를 3G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시 정리하면 SK텔레콤이 4G 주파수 확보가 좀 더 절실했던 반면 KT는 비용 대비 효율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두 회사의 주가가 크게 뛰어오른 것도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파수 경매가 마무리 되면서 본격적으로 4G 서비스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KT가 상대적으로 수세적인 입장에서 방어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 김회재 연구원은 “SK텔레콤이 낙찰 받은 1.8GHz 대역 20MHz 폭은 연간 100억원 수준인데 과거 KT가 2010년에 할당 받은 900MHz 대역 20MHz 폭이 5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비용 부담이 크지만 향후 4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주파수 비용은 늘어났지만 수익 증가 또한 클 것으로 예상돼 승자의 저주를 논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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