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1일 토요일

왜 남자는 미인에, 여자는 재력에 끌리나


1990년대 일요일 아침, TV에는 청춘남녀들이 서로에게 사랑의 화살을 날리던 '사랑의 스튜디오'란프로그램이 있었다. 20, 30대의 일반인들이 어색하게 장기자랑을 하고 짧은 시간에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매력을 발산하며 종종 결실을 맺기도 했던 전설적인 짝짓기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수많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하며 청춘남녀의 모습과 심리를 다양하게 담아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SBS TV '짝'은 그런 짝짓기 프로그램 중 가장 '신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리얼리티를 위해 일주일간 합숙하며 남녀의 깊은 속내를 드러낸다는 방식은 새로웠지만 결과는 기존의 짝짓기 프로그램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한 살이라도 어리고 예쁜 여자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들은 남자의 재력을 보거나 전문직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동년배의 시청자들은 이들의 '선택'에 암암리에 공감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 서로를 향한 이 케케묵은 짝짓기 욕구가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대체 뭘까.


인간이라는 '동물' 해석하기


주위의 여성이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놓칠세라 경제력이 있는 남성과 결혼하는 모습을 본 이들이라면 쉽게 '된장녀'라며 수군댄다. 대다수의 남자들은 버려진 남자친구에 빙의되어 분노하거나, 대다수의 여자들은 좀 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살아갈 그녀를 질투하기도 한다.


남자가 소개팅에 나가기 전, 1부터 5번째 질문이 모두 '예뻐?'인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는 평생 자신을 안전하고 풍족하게 지켜줄 수 있는 남자인지를 여러 번 에둘러가며 질문한다.


이런 한국의 '된장녀'들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맹세하면서도 남자들은 화려한 미인을 보는 순간, 금세 또 마음이 동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예쁜 여자가 못 생긴 남자와 식사하는 장면에선 이상하다기보다는 '남자가 돈이 많은가 보다'하고 자연스레 수긍하곤 한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수많은 성별 대립 토론을 이끌어냈던, 공식화된 듯한 남녀의 이상형이라는 것이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최근 독일경제연구소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택하는 잣대가 '소득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유는 사회 생활하는 여성이 늘면서 자신만큼 씀씀이가 큰 남성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자신보다 소득이 많은 남편감을 찾는다는 여성이 조사 대상자 중 64%를 차지했다고 런던정경대학(LSE)의 캐서린 하킴 박사 팀은 발표했다.


1980년대에는 37개 문화권에 사는 1만여 명에게 '이상적인 배우자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대적인 설문조사가 이뤄졌는데, 그 대답은 놀랍게도 종교, 언어, 문화 등과 관계없이 동일했다고 한다.


이런 남녀의 마음을 해석하는 학문 중 하나가 진화심리학이다. 1960년대부터 진화생물학에서 밝힌 성과를 심리학에 적용한 진화심리학은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 대부분의 행동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목적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본다. 때문에 초창기 진화심리학자들은 성과 짝짓기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생물학에서 가지치기를 했으니, 인간도 당연히 '동물'이라는 전제 하에서 논리가 전개된다. 전술한 1980년대 이루어진 대대적 설문조사도 바로 이들의 성과물이었다.


남녀간 선택 차이는 왜 생기나


남녀의 시각 차는, 번식 성공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번식 성공도는 평생 동안 낳는 자식 수를 말한다. 남성의 번식 성공도는 성관계 상대에 비례하기 때문에, 여성보다 원나잇을 즐기는 데 더 관대하며 소위 '밥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나이에 관계없이 자식을 낳을 수도 있다.


남성은 아이를 잘 낳고 기를 수 있는 여성을 매력적으로 느끼는데, 이는 곧 여성의 건강을 의미한다. 상식적으로도 나이든 여성보다는 젊은 여성이 건강하기 마련이다. 구체적인 징후는 지난 수 년간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긴 머리카락과 생식력을 보여주는 0.7이라는 허리-엉덩이의 비율과 풍만한 가슴, 그리고 안면과 신체의 좌우 대칭 등으로 나타난다.


매력적인 여성은 한정되어 있고, 이들을 차지하려는 남성은 다수이다 보니, 남성들의 물불 안 가리는 심리 역시 진화되어 왔다. 높은 지위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험도 무릅쓰는 남성의 모습은 짝짓기 본능에서 비롯되었지만 그런 성향이 비단 여성을 향하지만은 않는다.


때문에 여성보다 사건, 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심지어는 '인생 한방'을 노리는 국내의 로또 구매자 비율이 여성보다 남성이 두 배나 더 많다는 흥미로운 통계도 나와있다.

반면, 여성이 한 달간 임신 가능한 기간은 최장 6일에 불과하다. 기회가 적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뿐만이 아니다.



흔히 발정기에는 난잡한 짝짓기가 이뤄질 것 같지만, 발정기에 암컷이 오히려 더 까다로워진다는 사실은, 아메리카 들소, 아시아 코끼리, 붉뵀?원숭이, 심지어 침팬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에서 증명됐다. 여성의 번식 성공도는 자식을 얼마나 잘 키워내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임기에는 성적 매력도에 더해 기존의 '조건'을 더 철저하게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남녀간의 이런 짝짓기 전략이 결혼으로 귀결된다고 하더라도 남녀간의 시각 차가 좁혀진 것은 아니다. 연예인 부부가 나와 '부부로 살기'의 고충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TV 프로그램 <자기야>만 봐도 남녀가 두 부류로 나와 서로의 입장을 강조하고 이해시키려는 모습에서 연애 때와는 또다른 것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혼 도장을 찍지 않더라도 배우자와 성격이 잘 맞는다는 부부를 만나기란 드문 일이다.

진화심리학 로버트 라이트는 한발 더 나아가, 저서 <도덕적 동물>에서 일부일처제가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1154개의 사회 가운데 980곳에서 한 명의 남성이 여러 여성을 거느리도록 허용해 왔다는 인류학자들의 연구 조사를 기반으로, 능력이 없어 짝을 만나지 못하는 남성들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이 제도 하에서 남자는 다른 남자와 위험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는 남녀평등이 아닌, 남자들 간의 평등을 실현한 제도라는 것이다.(전중환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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