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일 일요일

"뽀뽀뽀 어린이들과 노래한지 30년 됐네요"


'뽀뽀뽀' 음악감독 이민숙씨



1981년 5월 25일은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가 첫 전파를 탄 날이다.


당시 스물두 살의 이민숙 씨는 첫 회부터 음악을 담당하며 제작과정에 참여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도 이씨는 음악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격주 월요일 진행되는 '뽀뽀뽀' 녹화에 참여한다.


'뽀뽀뽀' 30주년 특집 방송을 앞두고 최근 여의도 MBC 사옥에서 만난 그는 "재미있을 거 같아 시작한 일인데 평생 직업이 됐다"라며 쑥스런 미소를 지었다.


"음대 교수 지인의 소개로 시작하게 됐는데 제가 피아노 전공이라 처음에는 피아노를 쳤어요. 바이올린, 첼로 하는 친구들과 트리오 연주를 했죠. 그때는 녹음이란 게 없어서 현장에서 라이브 연주를 했어요. 실수하면 NG 내고 다시 하곤 했죠. 그래서 사전에 연습을 많이 해서 되도록 실수를 안 하려고 했어요. 그때 뽀미 언니 왕영은 씨도 같이 노래 연습 많이 했어요."


'뽀뽀뽀'에 나오는 노래를 만들고,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게 그의 주된 일이다.


그의 일주일은 수요일 대본을 받는 데서 시작해 음악 작업을 하고 토요일 사전녹음과 월요일 녹화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스케줄로 채워진다. 합창단 '노래친구들'을 운영하며 틈틈이 유아업체 사외이사와 이벤트 기획일도 보고 있다.


'뽀뽀뽀'에서 그의 역할은 30년 전과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방송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1990~2000년대가 '뽀뽀뽀' 전성기였어요. 그때는 유명인들이 많이 나왔어요. 김혜자 씨가 손녀를 데리고 나오고 태진아 씨가 아들 이루를 데리고 나오기도 했어요. 주현미 씨가 동요를 부르고 현철 씨가 나와서 캐럴을 부르기도 했어요. 조용필 씨도 어린이 음반을 낸 뒤 나와서 노래를 불렀어요. 연예인 게스트들이 거의 매일 돌아가면서 나올 정도였어요. 옛날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출연료를 많이 안 줘도 흔쾌히 나왔는데 요즘에는 섭외과정의 어려움이나 출연료 때문에 연예인 출연이 많이 어려워졌죠."


아이들도 30년 전과 많이 달라졌을까.


"요즘 아이들은 자기 중심적인 것 같아요. 옛날에는 음식을 싸오면 '선생님 드세요'라고 했는데 요새는 애들이 먹고 남은 걸 갖다 줘요.(웃음) 예전에는 작은 거라도 나눌 줄 알았는데 요즘에는 '너는 너, 나는 나' 이런 게 있는 거 같아요. 애들이 한 집에 한둘 밖에 없어서 그런지 정 같은 게 부족한 것 같아요."


과거 그는 '뽀뽀뽀'를 시작으로 '모여라 꿈동산' '신나는 토요일' 등 MBC 어린이 프로그램의 음악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다. 1990년대에는 쇼 프로그램 섭외까지 하면서 MBC 어린이합창단 단장도 맡았다.


당시 밀려드는 일 때문에 1년 정도 쉰 것을 빼면 '뽀뽀뽀'를 떠난 적이 없었다.


"처음 일주일에 6일 방송일 때는 한 주에 노래를 50곡 가까이 만든 적도 있었어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까지는 한 주에 평균 20곡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700곡 정도를 만든 것 같아요. 요즘에는 방송이 주 3일로 줄어서 일주일에 대여섯 곡 정도 써요."


'일어나요'와 '엄마는 예뻐요'가 그의 대표곡이다. 동요집도 여러 차례 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동요는 1천곡 이상으로 70% 정도가 '뽀뽀뽀'를 통해 만들어진 셈이다.


"그냥 열심히 했어요. 초창기 집에 일찍 들어가 본 적이 없어요. 통행금지가 있을 때는 녹화 끝나면 아예 집에 못 갈 때도 많았어요. 밤새기 일쑤였고 남들 쉴 때 일만 했죠. 한번은 과로로 쓰러진 적이 있는데 당시 제작진이 병원으로 와서 회의도 하고 그랬어요. 이렇게 일하다 보니 나중에는 오히려 밤을 새워도 끄떡없어지더라고요. 지금도 건강 하나 만큼은 자부해요.(웃음)"


열심히 할 수 있던 원동력을 물으니 '아이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애들이 가장 큰 힘"이라며 "내가 봐온 애들이 잘되는 걸 보면 너무 흐뭇하다. 자식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게 쉽지 않았을 법한테 그에게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제가 아이들 엄마한테는 무서운 선생이었어요. 아이들 야단을 쳐도 되도록 엄마 앞에서 쳤어요. 엄마가 선생을 무서워해야지 프로그램이 돌아가거든요. 엄마가 와서 애들한테 직접 지시하기 시작하면 애들이 산만해져요. 어린이 프로그램은 제2의 학교나 마찬가지에요. 공부 안 하는 애한테는 방송 하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성적표도 검사했어요. 엄마 아빠 말 안 듣는 애들도 못 나오게 했어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부모들이 말 안 듣는 애들을 오히려 저한테 데리고 오더라고요. (웃음)"


그에게는 유명인 제자들이 꽤 있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배우 류덕환, 김민정, 김새론 등이다.


"지용(지드래곤의 본명)이는 어렸을 때부터 끼가 많아서 떠들기도 많이 떠들고 야단도 많이 맞았어요. 덕환이는 너무 순수하고 착했어요. 열심히 했고 노래도 잘했어요. 애들이 여기저기서 활동하는 거 보면 너무 대견해요."


'뽀뽀뽀'를 거쳐 간 20명이 넘는 뽀미언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는 왕영은과 고(故) 길은정을 꼽았다.


"은정 씨는 평소에 조용한 편이었는데 저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친구예요. 영은 씨는 눈치가 빠르고 일도 열심히 했죠. 아이디어를 생각해와서 회의에서 내기도 했어요. 그런 뽀미 언니는 거의 없었죠."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게 가장 보람차다는 그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뽀뽀뽀'를 계속 하고 싶어요. '뽀뽀뽀'가 제 자부심이에요. 어디 가도 '뽀뽀뽀'를 모르는 데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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