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9일 목요일

박근혜, 7·4 전당대회 불출마 공식화


‘당권-대권 분리 규정 현행 유지, 당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반대, 선거인단 확대 찬성.’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9일 전당대회 경선 룰을 둘러싼 ‘3대 쟁점’에 대해 명확한 의사를 밝혔다. 이날 확인된 ‘박심(朴心)’의 요체는 상황에 따라 룰을 바꾸는 것은 ‘신뢰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엔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7·4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박 전 대표의 독주 구도에 변화를 주려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며 ‘김-정 연대’를 모색하는 양상이다.

○ 박근혜, “당권이 아닌 대권이 목표”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모처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30분가량 비공개로 만났다. 황 원내대표를 통해 전해진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쇄신의 원칙과 명분을 상실하면 안 된다. 정당정치 개혁의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의 유지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신주류 측이 요구하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선출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다만 전(全)당원 투표제와 관련해선 “계파에 의한 전대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선거인단을 충분히 확대해야 한다”며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대 선거인단 규모를 대폭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 사무처는 현재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이 14만 명인데 전체 유권자의 0.52%인 20만 명까지 선거인단을 늘리는 방안을 보고했다.

박 전 대표의 스탠스는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나 집단지도체제는 모두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인 2005년 명문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당내에서 꿈틀대는 ‘박근혜 역할론’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황 원내대표에게 “선거는 표를 의식해서 치르기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과 평상시 진정성 있는 당의 모습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내년 대선까지의 스케줄상 아직은 자신이 전면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내년 본선까지는 갈 길이 멀고도 험한데 미리 힘을 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김-정 연대, “우선 당권부터 잡자”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전략적 연대’에 나선 모습이다. 이날 경기도청을 찾은 정 전 대표는 특강에 앞서 김 지사와 티타임을 갖고 “변화를 추진할 중심세력이 현행 규정에 묶여 전대에 출마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이 스스로 정당이길 부정하는 것”이라며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지사도 “대선에 나올 만한 사람이 다 전대에 못 나오면 누가 당을 이끌겠느냐”며 “정 전 대표와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라고 동조했다.

이에 앞서 정 전 대표는 여러 차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혀왔고 김 전 지사도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는 ‘두 사람의 만남을 전략적 연대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격상시켜주는 것 같아 좋다. 편안한 만남으로 봐 달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 김무성 “젊은 대표 불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정당의 기반은 민심에 있는 것이지 권력체계에 있지 않다”며 “급하다고 당장 종자까지 다 먹어버리면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민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권력 체계를 바꾼다고 기회가 오지는 않는다. 지금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장 당권 도전 의사가 없는 오 시장이 전대 룰과 관련해선 일단 박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추면서 잠재적 경쟁자인 김 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여당 대표는 연륜과 경험이 필요하고 모나지 않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청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인민봉기”라며 ‘젊은 대표론’을 비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측근을 통해 “전대 룰은 당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해 당장 현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황-박 비밀회동’ 논란

박 전 대표와 황 원내대표 측은 이날 회동 장소를 끝까지 밝히지 않아 취재진과 ‘숨바꼭질 소동’을 벌였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당의 원내대표와 유력한 대선주자가 007작전을 하듯 만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국회나 당사에서 공개적으로 만났어야 했다”는 비판론이 일었다. 박 전 대표 측은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하는 모습처럼 비칠 수 있어 비공개로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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